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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대북 전단 살포의 함정" (최보식의 언론,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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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29회 작성일 23-05-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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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대북 전단 살포의 함정" (최보식의 언론, 2023.05.15)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10360


윤석열 정부 1년이 지났다. 중앙일보가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 국민 72.2%가 한·일 관계 개선을 포함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9%가 윤 정부 국정 수행 가운데 ‘외교’를 가장 잘한 분야로 꼽았다.

대통령 자신도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 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잘했다’는 분야에서 오히려 큰 문제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필자는 ‘대북 전단 살포’가 자칫 북한의 도발을 촉발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 허가 취소를 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얼마 전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이 단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5일 의약품과 대북 전단 등을 담은 대형 풍선을 북한으로 보냈다. 김정은을 비난하는 그림도 달렸다.

필자는 속칭 ‘대북 전단 금지법’이 ‘북한 주민 눈·귀 가려는 주는 법’이라 비판해왔다. 우리 국민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북한 주민에게 자료·정보를 전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제3국 조항’의 악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대북 전단 금지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최소한 제3국 조항을 삭제하고, 수정되어야 한다.

다만 현 상황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심사숙고되어야 한다.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라서가 아니다.

최악의 빈곤과 인권 유린 속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북한 주민에게 힘이 되기 위해, 그들이 진실과 현실에 눈·귀를 열도록,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행하는 전단 살포, 한 동포이자 같은 국민으로서 의무이자 사명일 수 있다. 특히 북한 주민의 삶에는 완전히 입을 봉하고 독재자 김정은만 쳐다보았던 문재인 정부의 시기에, 뜻있는 민간단체에 의한 대북 전단 살포는 정당성을 가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다르다. 대통령이 육성으로 수차례 걸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 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인권 실상과 정치 상황을 우리 국민과 주변국들이 잘 알도록 알려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도 가능한 한 (자신들의) 실상을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남쪽보다 더 잘산다면 그쪽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될 거고, 남쪽이 훨씬 잘산다면 남쪽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되는 게 상식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과 ‘수령의 현대판 노예로 전락한 북한 동포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전하여 그들이 스스로 일어나 자유를 쟁취하게 함은 우리의 사명이고 의무’라고 주장한 전단 살포 단체의 목적이 다르지 않다.

북한 주민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들 자신이 인간다운 삶을 개척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 통일의 길이 그렇게 열리도록 하는 것이다.

윤 정부와 대북 전단 살포를 생각하는 민간단체는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민간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는 행동이 과연 시기적 타당성과 효용성을 가질 수 있느냐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석열 정부를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총선 승리와 정권 탈환에 목마른 세력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 북한 도발에 의한 안보 파괴가 아닐까. 가장 잘하고 있다는 외교 안보에서 파열음이 일어나 우리 인명 사고나 피해가 일어난다면 전면적 반정부 투쟁의 빌미를 주게 된다.

최근 밝혀진 북한 간첩의 국내 활동, 어두운 세력들의 깊은 북한 연계를 고려하면, 이들이 어떤 빌미, 특히 대북 전단 살포를 걸어 대남 도발을 획책하고 있지 않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구미에 맞는 정권을 노리는 김정은이 국내 정국에,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총선을 앞두고 도발의 시기, 장소, 방법, 규모를 미리 입안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을 거다.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 즉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을 동력으로 개혁·개방, 핵 폐기,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노력하는 필자는 대북 전단 살포를 계획하는 시민단체들에 ‘전략적 판단’을 권고한다. 국민 다수는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지지할 수 있는 북한 주민 접근,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역할 분담이 참으로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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