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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두 악당 친구가 손에 쥘 결산서" (최보식의 언론,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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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08회 작성일 23-09-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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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두 악당 친구가 손에 쥘 결산서" (최보식의 언론, 2023.09.18)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11603

북·러 정상회담이 끝났다. ‘쇼’는 양쪽 모두에 성공적이었으나, 두 ‘진정한 악당 친구’가 손에 쥘 결산서는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조국과 인민을 위해 수 천㎞를 마다하고 달려가는 연출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4년 만에 다시 한 번 국제무대의 중심에 선 것도 가슴 벅찬 성과였다. 뻔뻔한 '지각 대장' 푸틴이 30분이나 먼저와 기다려준 것도 어깨를 으쓱이게 했다.

무기· 탄약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식량과 원유 획득, 인력 수출 확대와 용병 파견 가능성도 열었다. 무엇보다 러시아 최첨단 군사시설 모두를 시찰했다. 최신 우주 기지, 최대 전투기 생산 공장, 핵잠수함 건조 조선소를 방문해 기술 지원·협력을 논의했다.

푸틴, 제 시간에 얼굴 내미는 것만도 성의를 다하는 것인데, 30분을 기다려 체면이 좀 상하기는 했다. 그러나 긴급한 무기· 탄약 확보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극적 성과로 훨씬 남는 장사를 했다.

김정은을 막내 동생 대하듯 하대한 시진핑과 차별된 형색을 갖춘 결과, 김정은의 “앞으로 지금 시점에서 북·러관계를 우리 대외정책에서 제1순으로 제일 최중대시하고 발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기대치를 훨씬 넘은 발언을 이끌었다. 서너 시간 대면을 위해 수십 시간 달려오고, 수십 시간 돌아가야 할 김정은을 고려한 푸틴의 생색이었을 뿐인데.

김정은에게 이번 만남의 제일 큰 목적이 두 번이나 실패한 군사첩보위성의 궤도 안착을 위한 기술 획득이었다. 위성이란 눈·귀가 있어야 상대를 파악하고, 탄도탄의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우주 강국의 심장과 같은 이 발사장에서 상봉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우주 강국의 현 주소와 앞날에 대해 우리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데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데 그의 속내가 보였다.

합의했으나 합의문이 없다는 합의 내용에 무기· 탄약 공급과 함께 김정은이 절실히 요구한 군사기술 지원·협력을 담기는 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시급한 무기·탄약은 길어야 1~2년 단기적이다. 현금이 다급한 북한, 팔 수 있는 모든 무기·탄약을 즉시 제공할 것이다.

반면 군사기술 지원은 단기간에 끝날 성질이 아니다. 지원의 완급 조절로 시간 끌기는 ‘곰’ 러시아 특유의 장기다. 김정은을 애태우고 의존성을 점점 더 높일 수 있다.

푸틴, 양국 간 군사기술 협력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김 위원장이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노회하게 대응했다.

폼나게 맞아주고 진수성찬 한 번 차려주고는 재빨리 자리 뜬 푸틴,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시진핑이 어떤 표정일까 빙그레 상상하며, 우크라이나 맹폭 구상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러시아가 대외정책 상 1순위고 제일 최중대 국가"란 김정은의 언급은 명백히 계산된 의도적 발언이다. 김정은은 중국의 자리에 러시아를 언급한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왜 중국에 심사가 뒤틀렸을까. 김정은이 기대했거나, 시진핑이 약속했던 무엇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달러 박스인 대규모 중국 관광객의 방북도 하세월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북·러 정상회담에 외교부 대변인의 ‘북·러 사이의 일’이라 거리를 둔 것이나,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우호적인 이웃으로 현재 중·북 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미지근한 표현에는 불만이 묻어난다. 러시아도 북한과 산과 물로 이어진 우호적 이웃이고, ‘양호한 발전’은 지극히 외교적 수사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황제’로 등극한 시진핑을 먼저 알현해야 할 김정은이 푸틴에게 달려가는 걸 중국이 곱게 볼 리 없다. 어찌 되었건 생명줄인 중국의 체면을 고려해 김정은이 이번 정상회담을 사전에 협의하거나 최소한 통고했을 테고, 중국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강행했을 수 있다.

크렘린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의) 모든 관계는 군사적 상호 작용과 같은 민감한 분야에서 대화와 소통까지 포함한다”면서 “모든 문제는 오직 두 주권 국가와 관련된 것” “제3국이 이를 우려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협력은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자유주의 진영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중국도 포함되며, 중국이 뭐라고 하든 러·북 관계를 주권적으로 상호 이익을 위해 발전시키겠다는 선포다.

한국은 지금이 대중 접근의 적기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북·중·러 3국의 셈법이 어떠했든 북·러 간 군사협력이, “우리는 시종일관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 각하께서 취하시는 모든 조치에 무조건적 지지를 표명해왔다”는 김정은이 중국이 희망하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논의해야 한다. 중국 자신도 동의한 유엔안보리 결정을 존중하여 세계 지도국으로서 소임을 다해야 함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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