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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육성없는 김정은 신년사가 말하고 있는 것" (최보식의 언론: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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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39회 작성일 22-02-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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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육성없는 김정은 신년사가 말하고 있는 것" (최보식의 언론: 2022.01.02)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4776

김정은은 금년에도 육성 없이 신년사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 보고로 대신했다. 김일성광장과 주체사상탑에서 불꽃, 레이저, 드론을 동원한 신년경축공연이 전년보다 평범했듯이 전원회의 보고는 김정은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 YTN뉴스화면 캡쳐

첫째, 금년에도 보고는 경제난 고백서다. “결론에서는 인민들의 식의주문제를 해결하는데서 획기적인 전진을 이룩할 데 대한 과업이 중요하게 제시되었다”에서 주민들의 기본적 삶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알 수 있다.

제7차 당대회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경제발전 5년전략(2016~2020)의 실패를 자인하고 김정은은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신 5년계획을 제시했으나, 경제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갔다. 보고는 이룩한 성과보다 해야 할 과제를 강조하고 있다.

둘째, 김정은은 자신의 정책 실패를 인민대중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령상’ 연출로 덮었다. 집권 이후 전례 없이 5일간(12.27~31)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직접 주재하여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회 부문 보고에서 “온 나라 학생들에게 국가적 부담으로 교복과 학용품을 보장하는 것은 당과 국가의 일관된 정책”, “새로운 형태의 질 좋은 교복과 가방을 모든 학생들에게 빠짐없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혁명인재’, ‘사회주의후비대’을 키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교복에 붉은색 스카프를 매고 자랑스럽게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사무치는 고마움’을, 자신을 ‘어버이 수령’으로 각인시키려는 노력이다.

셋째, 김정은이 가장 우려하고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자신을 떠받치는 권력핵심의 동태(動態)다. 당과 군에 대한 확실한 장악만이 살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알 김정은이다. 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김정은은 사상적, 조직적 지도와 검열 강화로 극복하고자 한다.

당에 대해서는 “전당을 학습하는 당으로 만들어 당 중앙과 사상과 뜻, 행동을 같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되게 하며”, “전당적으로 당사업에서의 형식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일대 사상전을 벌리고 당 안에 혁명적 규율을 철저히 확립”하고자 한다. 군에 대해서는 “인민군대에서는 전군을 당 중앙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고 당 중앙의 영도에 절대 충성, 절대 복종하는 혁명적 당군으로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끊임없이 심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넷째, 김정은에게 남은 희망은 대남 및 대미 전선이다. 대남·대외정책에 대해서 보고는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고만 하고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핵무력에 기반한 기본입장과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의미하지만, 다양한 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바이든이 대북 유화책을 먼저 내놓지 않는 한 지금의 대미 자세를 견지하면서 금년 11월에 열릴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끌고 가고자 한다.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한 바이든이 선거를 이기기 위해 변화를 보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계산이다.

남쪽에 대해서도 대선 승리에 목마른 문재인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더 나서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정의용 장관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를 도발에 해당하지 않는다하고, 통일부가 김일성·김정일의 생일 표시 달력을 만든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앞으로 3개월, 5년 만에 열리는 5년 대선장에서 김정은은 강경, 유화, 강경-유화 병행, 관망 등 네 가지 패를 쥐고 어떤 패를 던질까 흔들어 보이는 중이다.

김정은이 제시했다는 ‘일련의 전술적 방향’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은 2월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2018년 평창에서 혁혁한 성과를 일군 김정은은 올림픽이란 남이 차린 지상최대의 무대에 숟가락만 얹어 자신을 전 세계에 부각할 절호의 기회다.

여기에 3선을 넘어 제왕(帝王)을 꿈꾸는 시진핑과 타산이 맞다. 바이든이 없는 세계적 일생의 무대에서 시진핑은 ‘넘버 2’가 아니라 ‘넘버 1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김정은과 문재인은 그 들러리다. 2019년 6월 29일 트럼프·김정은·문재인 판문점회동으로 모양이 빠진 시진핑은 이번 올림픽에서 시진핑·김정은·문재인 3자 회동을 성사시켜 자신이 한반도에 대한 실질적 실력자, 후견인임을 미국에, 국제사회에 보여주고자 한다.

김정은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 주요국의 정부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은 베이징올림픽에 6.25 전쟁 시기 중국이 유엔군에 대항하여 ‘항미인민지원군’을 북한에 보냈듯이 대규모 ‘항미올림픽축하단’을 조직하여 시진핑 앞에 나타날 것이다. 경기 참여 선수 없이 베이징발 평화공세를 펼칠 것이다.

김정은에게 만약 푸틴과의 정상회담도 성사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제왕 독재자 3명이 확고한 대미 전선을 전 세계에 고(告)하고, 자신이 미국을 북한에 묶어놓는 대가를 ‘빅 브라더들’로부터 챙기고자 할 것이다.

시진핑과의 만남, 시진핑·김정은과의 3자 회동, 김정은과의 4차 정상회담 등 어느 하나의 성사에도 목 빠진 문재인이다. 김정은과 시진핑이 이를 모를 리 없고, 들이밀 청구서 목록을 다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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