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백두산까지 - 30] "마녀와 파우스트, 브로켄산" (매경 프리미엄: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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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16회 작성일 22-02-03 23:08본문
[베를린에서 백두산까지 - 30] "마녀와 파우스트, 브로켄산" (매경 프리미엄: 2022.01.24)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2/01/31429/
하르츠(Harz) 지역 최고봉 브로켄(Brocken)산은 해발 1141.2m로 동서독 접경지역 및 그뤼네스 반트에서 가장 높다. 1952년 동독이 이곳에 통제 지역을 설정하면서 서독인에겐 갈 수 없는 곳이 되었고, 1961년 베를린장벽과 더불어 강화된 국경 폐쇄 조치로 동독 주민도 접근이 금지되었다.
정상에 위치한 최첨단, 최고 기밀의 군사시설 때문이다. 동독이 속했던, 서방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한 공산권 군사동맹체 '바르샤바조약기구(WTO)'의 최전방 군사첩보시설이었다. 레이더를 포함한 도·감청 장비는 소련군과 동독 슈타지(Stasi)에 의해 운영되었다.
1950년 2월 8일 설립된 슈타지는 국가정보원이자 비밀경찰이었다. 1988년 당시 9만1015명의 정규 인력과 18만9000여 명의 비공식 요원(확인된 숫자만)이 활동하며 동독 사회를 이 잡듯 뒤졌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약 1600만명을 감시하였다.
브로켄발(發) 도·감청은 동독 주민은 물론이고, 서독과 서베를린 소재 주요 군사 및 정부 시설이 대상이었다. 수백 ㎞ 떨어진 연합군 군사시설에도 주파수를 맞추고 녹음하고 분석하였다.
▲ 브로켄 정상에 위치한 동독/소련군 군사시설: ① 차단벽, ② 소련군 막사, ③ 40m 높이 통신안테나, ④ 총 4개의 흰색 원형 도・감청시설, ⑤ 레이더가 있는 슈타지 본부, ⑥ 송신소/비상발전소, ⑦ 기상관측대, ⑧ 동독공산당이 독자적으로 운영한 통신소, ⑨ 동독인민군 첩보대가 주둔한 기차역 / 사진=손기웅
당시 슈타지 본부가 박물관 '브로켄하우스(Brockenhaus)'가 되어 방문객을 맞는다. 1~2층에는 그뤼네스 반트에 속한 하르츠 국립공원의 생태계와 지리를 보여주고, 3층과 둥근 원형의 4층은 당시의 첩보시설을 전시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도·감청했는지 4D를 활용하여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 맑은 날과 안개에 묻힌 브로켄하우스, 아래 사진 왼쪽 송신소/비상발전소는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 사진=손기웅・전영재
▲ 1~2층의 브로켄 주변 생태계 및 지리 전시 / 사진=손기웅・전영재
▲ 3~4층의 도・감청 장비 전시, 실제 녹음을 들을 수 있다. / 사진=손기웅
1989년 12월 3일 이곳의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통일이 되었어도 계속 주둔하던 소련군은 1994년 3월 30일에야 마지막 병력을 철수했다. 버려졌던 군사기지를 1994년 작센안할트주가 매입하였고, 2000년 상하르츠(Hochharz) 국립공원의 중심지로 문을 열었다.
계절을 달리하며 네 번이나 찾은 이곳은 항상 많은 관광객으로 벅적인다. 이유가 있다. 첫째, 추억의 낭만 증기기관차가 브로켄 정상을 오른다. 협궤열차로 베르니게로데(Wernigerode)에서 출발해 6곳의 정거장을 지나 브로켄까지 약 1시간40분을 달린다. 총 140㎞, 현존 유럽 최장 증기기차 노선이다.
증기기관차 하나가 아니라 총 10대의 다양한 증기기관차가 시간대를 달리하여 운행한다. 한 번 온 방문객을 다시 오게 만들고, 증기기차 '마니아'에겐 환상적이다.
▲ 브로켄을 오르는 하르츠 협궤열차 / 사진=손기웅・전영재
환경보호의 상징 그뤼네스 반트, 그 중앙에 위치한 하르츠 국립공원의 중심이자 가장 높은 산 브로켄을 검은 연기 흰 연기 팍팍 뿜으며 기차가 달린다. 글자로 도저히 표현할 없는 기적 소리 ♡♡♡를 향수와 함께 흩뿌리면서 과거를 현재와 이어준다.
가슴 시린 역사건 아름답고 푸근한 환경생태건 그 내용은 물론이고 접근 방법에 따라 찾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정상까지 도보, 자전거, 자동차, 증기기관차, 선택의 기쁨이 있다.
둘째, '브로켄 유령(Brockengespenst: Brocken spectre)'이다. 브로켄에는 연중 300일 이상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이러한 기상 특성으로 생긴 신비로운 현상이다. 주위가 트인 산봉우리에서 태양을 등지고 섰을 때 앞쪽에 낀 안개 속에 자신의 그림자가 보이면서 그림자 주위를 무지개 빛깔 광채의 원이 두른다. 브로켄 유령은 세계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 스코틀랜드 쿠일린산맥(Cuillins)에서 촬영한 브로켄 유령 / 사진= Iain Weir/SWN
태양빛이 안개 입자에 반사되면서 생기는 브로켄 유령을 산에서 만나게 되면 적어도 산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전설이 산악인들 사이에 내려온다. 이곳 브로켄에서는 옛날 산을 오르던 사람들이 브로켄 유령을 목격하고 너무 놀라 떨어져 죽었다. 브로켄에 사는 마녀(Brockenhexe)의 짓이라는 전설이 만들어졌다.
▲ 브로켄하우스에 전시된 마녀 / 사진=손기웅
괴테는 브로켄을 세 번이나 찾았고, 자신의 브로켄 유령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작품 파우스트(Faust)의 '발푸르기스의 밤(Walpurgisnacht)'에서 브로켄 마녀들이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4월 30일에서 5월 1일 사이 불을 피우고 벌이는 춤판을 언급했다.
통일 이후 동서독이 함께하는 마녀축제 '발푸르기스의 밤 축제(Walpurgisnachtfeiern)'가 다시 브로켄에서 크게 열렸다. 지금은 환경보호를 위해 규모를 줄여 개최하고 있다. 마녀전설이 분단 냉전의 최전초기지 브로켄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 브로켄 정상 직전 쉬르케역의 안내판, 증기기차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맑은 공기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면서 브로켄에서 열리는 록오페라 파우스트도 홍보한다. / 사진=손기웅
장벽이 열린 이후 4000번 이상 브로켄산에 올라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한 등산가가 주동이 되어 "브로켄은 다시 자유다(Brocken Wieder Frei)"란 글귀를 새긴 비석을 1994년 장벽 붕괴 5주년을 맞아 세웠다. 2009년 12월 3일 브로켄장벽이 열린 지 20주년이 된 날에는 "동독에서 평화적 혁명이 일어나 브로켄 정상을 군사통제지역으로 만들었던 장벽이 1989년 12월 3일 12시 45분경에 열렸다"가 적힌 기념판이 세워졌다.
▲ 브로켄정상은 다시 자유다! / 사진=손기웅
금강산에서 선녀와 나무꾼을, 백두산 천지에 비치는 그림자 유령을 찾으며 함께 횃불 들고 춤출 그날을 그린다. 증기기관차가 아니라 걸어서도 족하다.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2/01/31429/
하르츠(Harz) 지역 최고봉 브로켄(Brocken)산은 해발 1141.2m로 동서독 접경지역 및 그뤼네스 반트에서 가장 높다. 1952년 동독이 이곳에 통제 지역을 설정하면서 서독인에겐 갈 수 없는 곳이 되었고, 1961년 베를린장벽과 더불어 강화된 국경 폐쇄 조치로 동독 주민도 접근이 금지되었다.
정상에 위치한 최첨단, 최고 기밀의 군사시설 때문이다. 동독이 속했던, 서방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한 공산권 군사동맹체 '바르샤바조약기구(WTO)'의 최전방 군사첩보시설이었다. 레이더를 포함한 도·감청 장비는 소련군과 동독 슈타지(Stasi)에 의해 운영되었다.
1950년 2월 8일 설립된 슈타지는 국가정보원이자 비밀경찰이었다. 1988년 당시 9만1015명의 정규 인력과 18만9000여 명의 비공식 요원(확인된 숫자만)이 활동하며 동독 사회를 이 잡듯 뒤졌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약 1600만명을 감시하였다.
브로켄발(發) 도·감청은 동독 주민은 물론이고, 서독과 서베를린 소재 주요 군사 및 정부 시설이 대상이었다. 수백 ㎞ 떨어진 연합군 군사시설에도 주파수를 맞추고 녹음하고 분석하였다.
▲ 브로켄 정상에 위치한 동독/소련군 군사시설: ① 차단벽, ② 소련군 막사, ③ 40m 높이 통신안테나, ④ 총 4개의 흰색 원형 도・감청시설, ⑤ 레이더가 있는 슈타지 본부, ⑥ 송신소/비상발전소, ⑦ 기상관측대, ⑧ 동독공산당이 독자적으로 운영한 통신소, ⑨ 동독인민군 첩보대가 주둔한 기차역 / 사진=손기웅
당시 슈타지 본부가 박물관 '브로켄하우스(Brockenhaus)'가 되어 방문객을 맞는다. 1~2층에는 그뤼네스 반트에 속한 하르츠 국립공원의 생태계와 지리를 보여주고, 3층과 둥근 원형의 4층은 당시의 첩보시설을 전시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도·감청했는지 4D를 활용하여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 맑은 날과 안개에 묻힌 브로켄하우스, 아래 사진 왼쪽 송신소/비상발전소는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 사진=손기웅・전영재
▲ 1~2층의 브로켄 주변 생태계 및 지리 전시 / 사진=손기웅・전영재
▲ 3~4층의 도・감청 장비 전시, 실제 녹음을 들을 수 있다. / 사진=손기웅
1989년 12월 3일 이곳의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통일이 되었어도 계속 주둔하던 소련군은 1994년 3월 30일에야 마지막 병력을 철수했다. 버려졌던 군사기지를 1994년 작센안할트주가 매입하였고, 2000년 상하르츠(Hochharz) 국립공원의 중심지로 문을 열었다.
계절을 달리하며 네 번이나 찾은 이곳은 항상 많은 관광객으로 벅적인다. 이유가 있다. 첫째, 추억의 낭만 증기기관차가 브로켄 정상을 오른다. 협궤열차로 베르니게로데(Wernigerode)에서 출발해 6곳의 정거장을 지나 브로켄까지 약 1시간40분을 달린다. 총 140㎞, 현존 유럽 최장 증기기차 노선이다.
증기기관차 하나가 아니라 총 10대의 다양한 증기기관차가 시간대를 달리하여 운행한다. 한 번 온 방문객을 다시 오게 만들고, 증기기차 '마니아'에겐 환상적이다.
▲ 브로켄을 오르는 하르츠 협궤열차 / 사진=손기웅・전영재
환경보호의 상징 그뤼네스 반트, 그 중앙에 위치한 하르츠 국립공원의 중심이자 가장 높은 산 브로켄을 검은 연기 흰 연기 팍팍 뿜으며 기차가 달린다. 글자로 도저히 표현할 없는 기적 소리 ♡♡♡를 향수와 함께 흩뿌리면서 과거를 현재와 이어준다.
가슴 시린 역사건 아름답고 푸근한 환경생태건 그 내용은 물론이고 접근 방법에 따라 찾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정상까지 도보, 자전거, 자동차, 증기기관차, 선택의 기쁨이 있다.
둘째, '브로켄 유령(Brockengespenst: Brocken spectre)'이다. 브로켄에는 연중 300일 이상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이러한 기상 특성으로 생긴 신비로운 현상이다. 주위가 트인 산봉우리에서 태양을 등지고 섰을 때 앞쪽에 낀 안개 속에 자신의 그림자가 보이면서 그림자 주위를 무지개 빛깔 광채의 원이 두른다. 브로켄 유령은 세계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 스코틀랜드 쿠일린산맥(Cuillins)에서 촬영한 브로켄 유령 / 사진= Iain Weir/SWN
태양빛이 안개 입자에 반사되면서 생기는 브로켄 유령을 산에서 만나게 되면 적어도 산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전설이 산악인들 사이에 내려온다. 이곳 브로켄에서는 옛날 산을 오르던 사람들이 브로켄 유령을 목격하고 너무 놀라 떨어져 죽었다. 브로켄에 사는 마녀(Brockenhexe)의 짓이라는 전설이 만들어졌다.
▲ 브로켄하우스에 전시된 마녀 / 사진=손기웅
괴테는 브로켄을 세 번이나 찾았고, 자신의 브로켄 유령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작품 파우스트(Faust)의 '발푸르기스의 밤(Walpurgisnacht)'에서 브로켄 마녀들이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4월 30일에서 5월 1일 사이 불을 피우고 벌이는 춤판을 언급했다.
통일 이후 동서독이 함께하는 마녀축제 '발푸르기스의 밤 축제(Walpurgisnachtfeiern)'가 다시 브로켄에서 크게 열렸다. 지금은 환경보호를 위해 규모를 줄여 개최하고 있다. 마녀전설이 분단 냉전의 최전초기지 브로켄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 브로켄 정상 직전 쉬르케역의 안내판, 증기기차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맑은 공기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면서 브로켄에서 열리는 록오페라 파우스트도 홍보한다. / 사진=손기웅
장벽이 열린 이후 4000번 이상 브로켄산에 올라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한 등산가가 주동이 되어 "브로켄은 다시 자유다(Brocken Wieder Frei)"란 글귀를 새긴 비석을 1994년 장벽 붕괴 5주년을 맞아 세웠다. 2009년 12월 3일 브로켄장벽이 열린 지 20주년이 된 날에는 "동독에서 평화적 혁명이 일어나 브로켄 정상을 군사통제지역으로 만들었던 장벽이 1989년 12월 3일 12시 45분경에 열렸다"가 적힌 기념판이 세워졌다.
▲ 브로켄정상은 다시 자유다! / 사진=손기웅
금강산에서 선녀와 나무꾼을, 백두산 천지에 비치는 그림자 유령을 찾으며 함께 횃불 들고 춤출 그날을 그린다. 증기기관차가 아니라 걸어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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