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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무인기침범사건’에 김정은 무력 도발 없었던 이유" (데일리안,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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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5-12-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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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무인기침범사건’에 김정은 무력 도발 없었던 이유" (데일리안, 2025.12.19)

https://www.dailian.co.kr/news/view/1587724

<사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024년 10월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윤석열이 계엄 명분을 얻기 위해 2024년 10월 초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김정은의 군사적 대응을 유도했다, 이재명 정부 내란 특검의 주장이다.

사실 여부는 법적 판단, 그리고 법이 정치에 휘둘릴 여지가 있는 현실에서 역사적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무인기 침투 의도와 별개로, 깊이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 있다. 김정은이 왜 군사적으로 받아치지 않았는가, 혹은 못 했는가.

김정은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우리를 동족이 아니라 가장 적대적인 교전국이라 규정짓고,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쑤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입니다”라며 무력 사용 의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혔다.

북한이 이름 지은 ‘무인기침범사건’ 며칠 전 9월 21일의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힘에 의한 안전보장, 평화수호는 우리의 불변한 선택입니다. (…) 우리는 모든 것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런 김정은, 그들의 주장으로 10월 3일, 9일, 10일 연달아 우리 무인기가 평양을 침범해 “반공화국정치모략선동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하였다” 비난하면서도 군사적 조치는 없었다.

말 잔치는 화려했다. 먼저 북한 외무성이다. 11일 ‘중대성명’을 통해 “신성한 국가주권과 안전에 대한 로골적인 침해이자 국제법에 대한 란폭한 위반으로 되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어야 할 엄중한 군사적 공격행위이다”, “이번 도발행위를 더이상 설명할 여지도, 필요도 없이 응당 자위권에 따라 보복을 가해야 할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한다”면서도 “대한민국이 또다시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공에 침범시키는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에는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경고는 없을 것이며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다”라며 군사적 대응을 삼갔다.

김정은 입을 대신해 12·13·14·15일 연일 나선 실세 김여정도 마찬가지였다. 강력 비난과 보복 의지 표명에도 총성은 없었다.

12일 “서울과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붕괴시키기 위한 우리의 공격개시시간은 현재 우리의 군사행동계획에는 밝혀져 있지 않다. (…) 다만 우리 수도의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13일 “우리 국가와 인민에 대한 용서받을 수 없는 극악한 도전이며 전쟁 발발의 도화선에 기어코 불을 달려는 특대형범죄행위이다. (…) 뒈지는 순간까지 객기를 부리다 사라질 것들이다.”, 14일 “평양 무인기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15일 “한국 군부깡패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침해도발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였다.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국방성도 김여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움직였지만, 사격 준비 태세뿐이었다. “령토, 령공, 령해에 대한 대한민국의 군사적 수단의 침범행위가 또다시 발견, 확정될 때에는 공화국주권에 대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며 즉시적인 보복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국경선부근의 (…) 부대들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출데 대한 10월 12일부 총참모부 작전예비지시가 하달”되었다 했다(10월 13일).

‘무인기침범사건’이 보복해야 할 군사적 공격행위라면서도 군사적 맞대응이 아니라 “또다시”, “다시 한번”을 전제로 군사 조치를 유보했다.

대신 당시 우리 민간의 대북 전단 기구 살포에 김정은이 오물 풍선을 보내던 상황에서, 김정은의 대응 조치는 다시 오물 풍선이었다.

김여정이 10월 28일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하였으며 윤괴뢰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되였다. 우리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 가정된 상황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가 이를 확인해준다.

김정은이 무력 도발을 하지 않은/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유추할 수 있다.

첫째, 무인기 침투가 군사적 대응을 유도하려는 윤석열의 의도라 여기고, 그것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둘째, 김정은의 무력 사용 운운은 말뿐이고, 전쟁 분위기 조성으로 주민을 통제해 권력을 유지·강화하는 동시에, 핵 무력을 포함한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기 위한 선동에 불과하다.

셋째, 김여정·외무성·국방성의 “다시 한번”, “또다시”가 시사하듯, 김정은이 적극적인 군사 조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비록 비무장 무인기를 군사적 공격행위라 규정했지만, 이에 대응해 무력을 사용하는데 부담을 가졌다.

다른 하나는 김정은이 이미 먼저 우리에게 비무장 무인기 도발을 감행했고, 따라서 비무장 무인기에 비무장 무인기로 대응한 윤 정부에 무력 조치를 할 수 없는 원죄 의식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김정은은 2022년 12월 26일 무인기로 우리의 영공을 침범했고, 2017년 5월 2일에도 무인기를 침투시켰다.

넷째, 김정은이 지금은 군사적 대응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직 전쟁을 개시할 무력이 완결되지 않았거나, 전쟁을 수행할 경제력 등이 미흡하다고 여겼을 수 있다.

다섯째, 김정은이 만약 대남 군사 도발을 감행했을 경우,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대응·보복이 확실해, 그로 인한 지도력·위신의 상처를 우려한 김정은이 행동할 수 없었다. 여러 측면이 나름 적용될 수 있으나, 이것이 설득력이 크다고 본다.

윤석열은 후보자 시절 밝힌 대로 취임 이후 김정은의 군사 도발에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해 반드시 응징했다. 12월 26일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보고 받은 즉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며 우리도 무인기를 평양에 보내라 지시했다고 한다.

안보에의 강력한 의지, 행동을 전제로 한 선언이 김정은의 도발을 억제했다고 볼 수 있다. 평화 유지의 충분조건이다. 군비 태세는 그 필요조건이다.

‘평화’를 명분으로 대북 유화책을 주장하는, 문재인은 물론이고 이재명도 마찬가지고,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글귀가 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들도 거들떠보지 않는 김정은에게 평화를 구애하는 ‘평화 호소인’ 이들에게 북한 도발에 대한 확고한 대응 의지가 과연 있는가.

탈북 어부를 강제 북송하고 북한의 서해 공무원 살해에도 대응은커녕 침묵한 문재인 정부에 이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하는 듯 발언하고 통일이 아니라 두 개 국가 공존으로 김정은에 접근하려는 이재명 정부다.

미국이 남북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만 높이는 부정적 역할을 했다며, 통일부가 전면에 나서 대북 정책을 조정할 것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장하고, ‘자칭 진보’ 정부 출신 전직 통일부 장관 6명도 나섰다.

또 어떤 평화 호소가 울릴 것인가.

이들을 ‘자주파’라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이재명 정부 시대, 자주파? 동맹파? 반헌법 세력?,” 2025년 7월 4일자 칼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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