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협력연구원

손기웅원장 자료실

[손기웅의 통일문] "‘기적의 무기’와 독재자의 운명" (최보식의 언론, 2021.09.11)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03회 작성일 21-11-04 15:33

본문

[손기웅의 통일문] "‘기적의 무기’와 독재자의 운명" (최보식의 언론, 2021.09.11)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2615

김정은이 정권수립일(9·9절) 73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가졌다. 올 초 8차 당대회에 이어 두 번째고, 지난해 당창건일(10월 10일)에도 했다. 대북 국제제재, 주체경제의 구조적 문제, 자신의 정책 실패로 먹고살기에도 벅찬 상황에서다. 집권 10년이 되는 김정은이 열병식을 빈번하게 개최하는 이유는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정치용이다. “나의 영도 아래 우리는 필승의 무기를 가졌다. 어떤 고난에서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나를 수령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영원할 것이다”를 세뇌하고자 한다. 권력 유지를 위한 안간힘이다.

다른 목적은 ‘미제’의 압박에 강하게 맞서되 탈출구를 찾으려 한다. 자신의 길을 고수할 것이라는 굳센 결의를 미국에 보여줘도,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김정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제발 날 좀 봐줘, 당신도 정치적 성과가 필요하잖아, 내 체면을 어떻게 좀 세워주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호소가 그의 본심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에게 보내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바라는 호소이기도 하다.

또 다른 목적은 수출용 신제품 소개다. 이번에는 자제한 장엄한 ICBM(대륙간탄도탄)과 SLBM(잠수함발사탄도탄) 행진은 정치적이자 관객몰이용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최신예 전투기에 대항할 대공 방어무기와 단시간에 퍼부울 수 있는 다양한 방사포, 그리고 핵배낭이나 핵지뢰와 같이 조작과 은닉이 간편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것들을 개발해 선보이고자 한다. 중동 등 시장은 널려 있다. 제품 홍보쇼가 열병식이자 대미 압박 데모다.

마지막까지 호언장담하다 한방에 나락으로 처절하게 떨어져 생을 끝낸 후세인과 카다피가 떠오른다. 그래도 히틀러다.

제국의 수도 베를린이 사방팔방에서 목 조이는 상황에서 히틀러는 단숨에 적을 쓰러뜨려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적의 무기(Wunderwaffen)’, ‘단죄의 무기(Vergeltungswaffen)’인 ‘비밀 무기(Geheimwaffen)’들이 곧 전장에 투입될 것으로 선전했다. 패전이 다가오고 있다는 암울함이 주위 막료들 사이에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권력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환상을 심어주고자 했다.

물론 바보가 아니라 정예 엘리트인 휘하 장군들이 그것을 믿게 만들 근거는 있었다. 당시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반적 과학기술의 틀을 깨는 혁신적 기술을 적용한 신무기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우라늄 원자탄, 제트 추진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 무선으로 유도되는 폭탄 등이다.


<사진>
두 번의 핵분열 실험을 한 나치의 실험용 중수로를 해체하고, 우라늄봉을 노획하는 미군 / 사진= gemeinfrei

<사진>
나치의 가장 유명한 ‘단죄의 무기’ V-2 탄도탄과 / 사진=picture alliance/Photoshot

<사진>
크루즈 미사일의 원형이 된 무선 유도탄 Fritz-X /사진=Photoshot

기적의 비밀병기로 찬란한 천년 제국을 꿈꾸었던 히틀러는 송두리째 두들겨 맞아 폐허가 된 베를린 한 구석 지하에서 자살했다. 무조건 항복을 강요하며 멈추지 않은 연합국의 진격, 신무기 개발을 촉진하고 가능하게 할 경제력의 결여,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의 결과였다.

작금의 상황에서 무기 개발과 홍보쇼를 해야만 하는 김정은이다. 대북제재는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며, 경제난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다. 자신의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 히틀러와 다른 어떤 길이 그 앞에 놓일 수 있을까.

히틀러나 김정은의 운명과 관계없이 무기 개발의 톱니바퀴는 계속 구를 것이다. 권력에의 탐욕이 존재하는 한, 우둔한 인간들이 그 마력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는 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