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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쉬루툽 접경기록보존소의 독일통일 축제 포스터에 담긴 ‘열려라 우리나라 통일염원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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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88회 작성일 21-11-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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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쉬루툽 접경기록보존소의 독일통일 축제 포스터에 담긴 ‘열려라 우리나라 통일염원비’ 사진" (최보식의 언론, 2021.10.06)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2999

10월 3일, 구(舊) 동·서독 접경선의 서쪽 마을 쉬루툽에서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31번째 맞는 통일날로 동쪽 제름스도르프 주민도 함께했다. 흥겨운 밴드의 음악 속에 '라때는 말이야'가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오갔다.

이 코너의 기사(‘아름다운 항구도시 독일 뤼벡의 작은 마을에 분단선이 그어졌다’와 ‘8월 15일, 파주 통일촌 무궁화동산에 열려라 우리나라 통일염원비 세운다’)를 통해 소개된 ‘열려라 우리나라 통일염원비’의 뿌리가 바로 여기다.

마을에서는 2021년도 쉬루툽 접경기록보존소의 독일 통일 축제 포스터에 한국 대표단의 방문과 ‘열려라 우리나라 통일염원비’ 사진을 담아 알렸다. 우리는 그간의 지지와 격려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감사장을 전달했다.

오전 기념식에서 마을 목사님이 한반도 통일을 위해 주민과 함께 기도했다면서 손을 잡는다. ‘오늘은 우리도 하나입니다’며 뤼벡 시장과 쉬루툽 접경박물관 이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소속 정당이 다르다.


한국 대표단의 방문과 ‘열려라 우리나라 통일염원비’를 담은 쉬루툽 접경기록보존소의 2021년도 독일 통일 축제 포스터 / 사진=Unser Lübeck
하루 전 베를린에서의 아쉬움이 보상되고도 넘친다.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은 ‘분단 발 방문객’을 무덤덤하게 맞았다. 통일 현수막 하나 걸려있지 않았다. 31년의 세월이 흐르며 통일은 일상이 되었다.

부럽고도 안타까운 우리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독일의 통일 기운이 한반도까지 뻗쳐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동행한 MBC-TV와 함께 즉석 공연을 마련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의 ‘아리랑’과 ‘Imagine’ 연주가 개선문의 공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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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을 울린 한반도 통일 염원 바이올린 연주 / 필자 제공

메르켈 수상은 자신의 마지막 통일 축사에서 ‘민주주의가 수호되고 더욱 꽃피워져야 한다’면서 상호존중(Respekt)을 강조했다. 통일로 이룩된 자유는 결코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 쟁취된 것이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투쟁했던 동독 주민의 결단을 상기시켰다. 서로가 경청하고 함께 대화하는 가운데 차이점이 드러남은 물론이고 공통점도 찾아질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서독에서 태어나 동독에서 성장했고, 통일 독일을 15년 이상 이끌면서 품었던 총체적 화두일 것이다.


아직 통일, 내적 통합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다가왔다. 31년이 지난 지금에도 구 동서독 주민이 가지는 통일에 대한 자아에는 차이가 있다. 독일의 여론조사기관 Statista에 따르면 서독 주민의 82%가 자신을 ‘독일인’으로 여기는 반면에 동독 주민의 경우 68%에 머물렀다. 30%가 여전히 자신을 ‘동독인’으로 여긴다.

동독 지역의 경제가 통일 이후 장족의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당시 서독 경제력의 30%에 불과했던 동독 지역은 79%까지 성장했다. 사회기반시설은 과거 동독 시절과는 비교될 수 없이 발전했고, 부분적으로는 서독 지역보다 앞선다. 동독 가구의 평균 연금 수입은 서독보다 높다. 어찌 되었건 사회주의 동독 체제에서는 모두가 일을 해야 했고, 여성들이 서독보다 더 많이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서독의 연금체제에 기여하지 않은 동독인이 통일 이후 더 많은 연금 혜택을 받게 된 아이러니한 현실에 서독인은 역차별감마저 가진다. 다른 한편, 동독 주민의 57%가 스스로를 2등 국민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물적 장벽은 무너졌으나 정신적 장벽은 여전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그 장벽의 폭이 좁아지고, 길이가 줄어들고,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는 주장에 더 큰 힘이 주어지는 현재다.

저녁을 위해 찾은 식당에 ‘솔랸카(Soljanka)’라는 메뉴가 있다. 있는 재료를 한 솥에 모두 넣고 끓인 죽, 동독 시절의 국민 음식이 통일 독일 메뉴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름이 줄어들고 같음이 번져가는 2021년 10월 독일사회다. 다름의 원심력보다 같음의 구심력이 절실한 시기, 존중이 독일을 넘어 한반도에까지 무겁게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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