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13] "토끼도 자유다, 헤른부르크 접경기차역" (매일경제,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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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32회 작성일 21-11-04 15:59본문
[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13] "토끼도 자유다, 헤른부르크 접경기차역" (매일경제, 2021.09.27)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1/09/30836/
뤼베크-쉬루툽 접경기록보존소에서 남쪽으로 15분 달려 옛 동독의 헤른부르크 접경기차역(ehemaliger DDR-Grenzbahnhof Herrnburg für Interzonenzüge)에 도착했다. 분단 시기 동서독을 왕래했던 철도 노선 가운데 독일 최북단에 위치한 동독 쪽 접경역이다. 서독의 함부르크-뤼베크를 지나 동독의 헤른부르크-로스토크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동서독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이 고스란히 밴 기차역과 플랫폼을 더듬고 싶었다. 첫 접경역이라 설렘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역사가 사라졌다. 역명을 알리는 표지판, 곧게 뻗은 기찻길과 최신 건물의 상점이 무덤덤하게 맞았다. 기차역은 간이 정거장이 되었다.
동독은 동서독을 오가는 철도를 이용한 탈출을 막기 위해 엄청난 안전조치를 취했다. 콘크리트 감시탑과 삼엄한 경계 속에서 승객 특히 동독 주민들은 숨 졸이며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마음을 느끼고 싶었고, 닫힌 경의선과 동해선을 소환하고 싶었다.
따스한 봄날의 싱그러움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스산하기까지 했던 정거장 플랫폼에 마침 한 여성이 보였다. 다가가 분단 시기 기차역이 담긴 흑백 사진을 보여줬다.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는 사진 속 기차역을 처음 보고 듣는다고 했다. 역사(驛舍)는 역사(歷史)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통일 30년은 새로운 독일 역사를 쓰고 있었다.
▲ 분단 시기 헤른부르크 접경기차역 / 사진=forum-ddr-grenze
▲ 헤른부르크 정거장 / 사진=손기웅
◆토끼도 자유다
▲ 사진= 손기웅
아쉬운 마음에 기찻길 옆 풀숲을 헤쳤다. 흔적이라도 찾아보고 싶었다. 무거운 발걸음이 오르고 내렸을 기차역 플랫폼과 옛 철로, 그들을 기억해주는 이방인에게 반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신의 전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토끼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철길로 내달린다. 짓누르던 통제, 검문, 불안…. 이제 작은 동물조차 자유다.
◆누더기길
▲ 사진= 손기웅
통일 독일을 접경선을 넘다들며 답사하다 보면 이곳이 과거 동서독 지역 중 어디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눈여겨보면 구별할 수 있다. 회색빛이나 무채색 계열로 사회주의의 전형적인 양식을 가진 동독 건물들이 아직 여기저기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땜질한 누더기길을 마주했다. 통일 이후 분단의 상처를 꿰매어 가는 통합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덧대고 싸맨 길이라도 하나로 이어지는 통일의 길이 부럽기만 하다.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1/09/30836/
뤼베크-쉬루툽 접경기록보존소에서 남쪽으로 15분 달려 옛 동독의 헤른부르크 접경기차역(ehemaliger DDR-Grenzbahnhof Herrnburg für Interzonenzüge)에 도착했다. 분단 시기 동서독을 왕래했던 철도 노선 가운데 독일 최북단에 위치한 동독 쪽 접경역이다. 서독의 함부르크-뤼베크를 지나 동독의 헤른부르크-로스토크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동서독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이 고스란히 밴 기차역과 플랫폼을 더듬고 싶었다. 첫 접경역이라 설렘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역사가 사라졌다. 역명을 알리는 표지판, 곧게 뻗은 기찻길과 최신 건물의 상점이 무덤덤하게 맞았다. 기차역은 간이 정거장이 되었다.
동독은 동서독을 오가는 철도를 이용한 탈출을 막기 위해 엄청난 안전조치를 취했다. 콘크리트 감시탑과 삼엄한 경계 속에서 승객 특히 동독 주민들은 숨 졸이며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마음을 느끼고 싶었고, 닫힌 경의선과 동해선을 소환하고 싶었다.
따스한 봄날의 싱그러움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스산하기까지 했던 정거장 플랫폼에 마침 한 여성이 보였다. 다가가 분단 시기 기차역이 담긴 흑백 사진을 보여줬다.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는 사진 속 기차역을 처음 보고 듣는다고 했다. 역사(驛舍)는 역사(歷史)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통일 30년은 새로운 독일 역사를 쓰고 있었다.
▲ 분단 시기 헤른부르크 접경기차역 / 사진=forum-ddr-grenze
▲ 헤른부르크 정거장 / 사진=손기웅
◆토끼도 자유다
▲ 사진= 손기웅
아쉬운 마음에 기찻길 옆 풀숲을 헤쳤다. 흔적이라도 찾아보고 싶었다. 무거운 발걸음이 오르고 내렸을 기차역 플랫폼과 옛 철로, 그들을 기억해주는 이방인에게 반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신의 전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토끼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철길로 내달린다. 짓누르던 통제, 검문, 불안…. 이제 작은 동물조차 자유다.
◆누더기길
▲ 사진= 손기웅
통일 독일을 접경선을 넘다들며 답사하다 보면 이곳이 과거 동서독 지역 중 어디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눈여겨보면 구별할 수 있다. 회색빛이나 무채색 계열로 사회주의의 전형적인 양식을 가진 동독 건물들이 아직 여기저기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땜질한 누더기길을 마주했다. 통일 이후 분단의 상처를 꿰매어 가는 통합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덧대고 싸맨 길이라도 하나로 이어지는 통일의 길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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