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웅의 통일문] ‘오너’라 착각했던 독재자의 말로가 어땠는지 역사는 생생하게 보여줘 (최보식의 언론, 2021.02.15)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18회 작성일 21-03-03 13:16본문
‘오너’라 착각했던 독재자의 말로가 어땠는지 역사는 생생하게 보여줘
http://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187
문재인 정권이 희망해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구상이 헝클어졌다. 판문점, 판문각,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의 만남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장밋빛은 퇴색했다.
대화는 단절되었고,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기세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금년 1월 14일 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보여주었듯이 김정은 위원장의 핵 무력 개선과 증강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김정은의 거침없는 행보와 주먹질에는 자유민주국가에서 선출되는 4년~5년짜리 ‘고용사장’ 대통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오너’로서의 오만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나는 종신 왕이야. 선거라는 허들을 2년이 멀다 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너희들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매달려야 할 너희들이 감히 나의 뒤통수를 치면 어떻게 되는지 잘 봐. 내가 잠시 너희들과 함께 춤을 추긴 하지만 무대에 남아 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쇼를 기획하고 펼칠 사람은 나 혼자야, 나는 항상 승자야, 알겠어?”
한때 봄날처럼 사이가 좋았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런 위계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15만의 평양 시민을 모아놓고 연설의 기회까지 주었는데, 입 싹 닦고 어영부영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니 화가 치솟고, ‘삶은 소대가리’ 정도로는 도저히 양이 차지 않은 차에 고대하던 기회가 왔다. 9월 22일 황해도 해변에 온 남쪽의 공무원에게 총탄과 화형으로 분노를 확실히 쏟아내었다.
물론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까지 발족한 남쪽 주민에 대한 배려(?)는 잊지 않았다. 이른바 ‘사과의 서신’ 수신자는 남쪽 주민이었다. 엿 먹이고 어르기, 치고 빠지기, 강경과 온건의 동시 구사로 반격의 날카로움과 타이밍을 뺏어버린다. 남쪽에 그게 통한다.
능구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확실하게 복수했다. 당 창건 75주년에 개량 ICBM과 SLBM을 서치라이트로 집중 조명하며 행진시켰다. “감히 날 갖고 놀아? 곧 선거 있지? 한번 당해 봐라”는 시위였다.
하노이에서 당한 굴욕은 존 볼턴 회고록(‘그 일이 일어난 방’)을 본 후 뼈에 사무쳤다. 얼마나 폼 나게 판을 깨느냐를 고민하며 온 트럼프를 모르고, 얼마나 폼 나게 돌아갈 것인가를 그리며 하노이에 도착했던 자신을 생각할수록 얼굴이 붉어지고 분노가 솟아올랐던 그다.
이번 북한의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을 인민에 헌신하는 ‘숭고한’ 수령으로 상징 조작했다. 3대 슬로건의 하나로 ‘이민위천’(以民爲天·백성을 하늘로 삼는다는 뜻)을 정한 뒤 개회사, 9시간에 걸친 사업총화보고에서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 대중에게 의거한다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반복적으로 각인시켰다.
그리고는 경제계획의 실패와 조성된 현 난국의 원인이 외부적으로는 국제 제재, 자연재해, 보건위기에, 내부적으로는 형식적인 일뽄새(복무태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치국원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면서 친위조직 강화와 권력엘리트 신·구 교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자신은 당 총비서에 취임했다. 실정에 대한 책임은커녕 권력을 더 세게 장악했다.
전략핵무기의 다양화·고도화·정밀화, 전술핵무기 개발, 재래식 전력의 최첨단 현대화 등 무력의 중단 없는 강화를 다시 한 번 천명하고 보여주었다. 인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자신의 지도력을 각인시키고,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향후 핵 협상에서 활용할 다양한 패를 과시하고, 통치자금 확보를 위한 무기 수출용 목록을 관심 국가들에게 홍보하였다.
김정은이 숨겼다 쏟아놓은 ‘병정놀이’에 이제 중국과 러시아가 답을 할 차례다. 거침없이 내닫는 김정은의 핵 무력과도 함께 갈 수 있다고 그들이 판단한다면 김정은의 승리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ICBM과 SLBM으로 날리고, 거기에 더해 각종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북한과 함께 공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제대로 된 대한민국 정부라면 이 상황에서 한·미는 물론이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한국과 일본 국내에서도 핵 무장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쪽으로 간다. 과연 이런 흐름이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답해야 한다. 특히 김정은의 대형(大兄)을 자부한 시진핑 주석은 “당신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한반도 안정이 지금의 김정은 체제에서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 주민에게 ‘감춰진 사실’을 이제 알려주는 것이다. 핵 무력이 주민들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임을, 체제 안전용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용임을 깨우쳐 줘야 한다. 대북 국제제재,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속에서도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은 한·미, 한·미·일 간의 공감대 형성이다. 국제사회의 지지도 이끌어야 한다.
1989년 10월 7일, 건국 40주년을 맞아 동독공산당 서기장 호네커 역시 화려한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고르바초프, 차우체스쿠, 연형묵을 비롯한 전 세계 사회주의국가 수반들 앞에 가공할 무기를 행진시키고, 군인과 시민들의 열렬한 함성이 울려 퍼지게 했다.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결의는 밤까지 이어져, 수만 명을 동원한 횃불의 바다 앞에서 호네커는 동독이 수백 년을 지속할 것이라고 외쳤다.
정확히 1달 2일 후 동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호네커를 연호했던 바로 그 군인과 시민들이 총을 내려놓고 서쪽으로 평화의 행진을 시작했다. 그곳에도 엄격한 통제와 사상 교육, 무시무시한 비밀경찰 ‘슈타지’(Stasi)가 있었다.
4년~5년짜리 고용사장은 퇴장해도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오너’라 착각했던 독재자의 말로가 어땠는지 역사는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 길밖에 없다는 현실이, 그 길로 가야만 하는 운명의 시간이 왔다.
http://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187
문재인 정권이 희망해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구상이 헝클어졌다. 판문점, 판문각,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의 만남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장밋빛은 퇴색했다.
대화는 단절되었고,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기세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금년 1월 14일 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보여주었듯이 김정은 위원장의 핵 무력 개선과 증강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김정은의 거침없는 행보와 주먹질에는 자유민주국가에서 선출되는 4년~5년짜리 ‘고용사장’ 대통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오너’로서의 오만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나는 종신 왕이야. 선거라는 허들을 2년이 멀다 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너희들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매달려야 할 너희들이 감히 나의 뒤통수를 치면 어떻게 되는지 잘 봐. 내가 잠시 너희들과 함께 춤을 추긴 하지만 무대에 남아 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쇼를 기획하고 펼칠 사람은 나 혼자야, 나는 항상 승자야, 알겠어?”
한때 봄날처럼 사이가 좋았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런 위계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15만의 평양 시민을 모아놓고 연설의 기회까지 주었는데, 입 싹 닦고 어영부영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니 화가 치솟고, ‘삶은 소대가리’ 정도로는 도저히 양이 차지 않은 차에 고대하던 기회가 왔다. 9월 22일 황해도 해변에 온 남쪽의 공무원에게 총탄과 화형으로 분노를 확실히 쏟아내었다.
물론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까지 발족한 남쪽 주민에 대한 배려(?)는 잊지 않았다. 이른바 ‘사과의 서신’ 수신자는 남쪽 주민이었다. 엿 먹이고 어르기, 치고 빠지기, 강경과 온건의 동시 구사로 반격의 날카로움과 타이밍을 뺏어버린다. 남쪽에 그게 통한다.
능구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확실하게 복수했다. 당 창건 75주년에 개량 ICBM과 SLBM을 서치라이트로 집중 조명하며 행진시켰다. “감히 날 갖고 놀아? 곧 선거 있지? 한번 당해 봐라”는 시위였다.
하노이에서 당한 굴욕은 존 볼턴 회고록(‘그 일이 일어난 방’)을 본 후 뼈에 사무쳤다. 얼마나 폼 나게 판을 깨느냐를 고민하며 온 트럼프를 모르고, 얼마나 폼 나게 돌아갈 것인가를 그리며 하노이에 도착했던 자신을 생각할수록 얼굴이 붉어지고 분노가 솟아올랐던 그다.
이번 북한의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을 인민에 헌신하는 ‘숭고한’ 수령으로 상징 조작했다. 3대 슬로건의 하나로 ‘이민위천’(以民爲天·백성을 하늘로 삼는다는 뜻)을 정한 뒤 개회사, 9시간에 걸친 사업총화보고에서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 대중에게 의거한다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반복적으로 각인시켰다.
그리고는 경제계획의 실패와 조성된 현 난국의 원인이 외부적으로는 국제 제재, 자연재해, 보건위기에, 내부적으로는 형식적인 일뽄새(복무태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치국원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면서 친위조직 강화와 권력엘리트 신·구 교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자신은 당 총비서에 취임했다. 실정에 대한 책임은커녕 권력을 더 세게 장악했다.
전략핵무기의 다양화·고도화·정밀화, 전술핵무기 개발, 재래식 전력의 최첨단 현대화 등 무력의 중단 없는 강화를 다시 한 번 천명하고 보여주었다. 인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자신의 지도력을 각인시키고,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향후 핵 협상에서 활용할 다양한 패를 과시하고, 통치자금 확보를 위한 무기 수출용 목록을 관심 국가들에게 홍보하였다.
김정은이 숨겼다 쏟아놓은 ‘병정놀이’에 이제 중국과 러시아가 답을 할 차례다. 거침없이 내닫는 김정은의 핵 무력과도 함께 갈 수 있다고 그들이 판단한다면 김정은의 승리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ICBM과 SLBM으로 날리고, 거기에 더해 각종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북한과 함께 공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제대로 된 대한민국 정부라면 이 상황에서 한·미는 물론이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한국과 일본 국내에서도 핵 무장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쪽으로 간다. 과연 이런 흐름이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답해야 한다. 특히 김정은의 대형(大兄)을 자부한 시진핑 주석은 “당신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한반도 안정이 지금의 김정은 체제에서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 주민에게 ‘감춰진 사실’을 이제 알려주는 것이다. 핵 무력이 주민들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임을, 체제 안전용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용임을 깨우쳐 줘야 한다. 대북 국제제재,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속에서도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은 한·미, 한·미·일 간의 공감대 형성이다. 국제사회의 지지도 이끌어야 한다.
1989년 10월 7일, 건국 40주년을 맞아 동독공산당 서기장 호네커 역시 화려한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고르바초프, 차우체스쿠, 연형묵을 비롯한 전 세계 사회주의국가 수반들 앞에 가공할 무기를 행진시키고, 군인과 시민들의 열렬한 함성이 울려 퍼지게 했다.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결의는 밤까지 이어져, 수만 명을 동원한 횃불의 바다 앞에서 호네커는 동독이 수백 년을 지속할 것이라고 외쳤다.
정확히 1달 2일 후 동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호네커를 연호했던 바로 그 군인과 시민들이 총을 내려놓고 서쪽으로 평화의 행진을 시작했다. 그곳에도 엄격한 통제와 사상 교육, 무시무시한 비밀경찰 ‘슈타지’(Stasi)가 있었다.
4년~5년짜리 고용사장은 퇴장해도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오너’라 착각했던 독재자의 말로가 어땠는지 역사는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 길밖에 없다는 현실이, 그 길로 가야만 하는 운명의 시간이 왔다.
- 이전글[손기웅의 통일문] 헌법 4조에 비춰 문재인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최보식의 언론, 2021.02.23) 21.03.03
- 다음글북한 8차 노동당대회 분석, 2021.01.05~12 21.03.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