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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법(觀心法)으로 본 김정은, 결단의 시기, 20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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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75회 작성일 20-10-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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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법(觀心法)으로 본 김정은, 결단의 시기


  김정은이 바쁘다. 아주 교활하다.
  폭우로 큰 홍수 피해가 났을 때,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국가경제발전 5개 년 전략’의 실패를 후닥닥 정리했다. 잘못된 자신의 정책을 인정할 수 없고, 코로나 19의 문제를 인정할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시적으로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물난리 속에서 대북 국제제재와 자연재해에 책임을 덮어 씌웠다. 내년 초 당대회를 개최하면 마치 하늘에서 뭔가 와르르 쏟아질 것처럼 기대감을 주면서 내부적 불만을 일단 틀어막았다. 남은 것은 대외적으로 위대한 지도상을 보여주는 일이다.
  15만의 평양 시민을 모아놓고 연설의 기회까지 주었는데, 입 싹 닦고 어영부영하는 문 대통령을 생각하니 화가 치솟고, ‘삶은 소대가리’ 정도로는 도저히 양이 차지 않는다. 고대하던 기회가 왔다. 황해도 해변에 남쪽에서 불청객이 왔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라는데 이게 무엇인가 6~7시간을 고민하다가 사살 명령을 던져버렸다.
  조국 라이트 훅, 추미애 레프트 훅을 연이어 얻어맞고,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어퍼컷까지 날아오는 상황에서 “문재인이 추석을 앞두고 쇼를 또 하자는구나, 공무원을 보냈는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는가, 해수부 공무원의 표류라니 최소 해양 조난 구조나 최대 서해 평화특구를 미끼로 다시 대화하자는 의도적 공작 기획 입북이구나”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내가 다시는 너에게 속나, 너가 펼친 무대 위에 내가 다시 생쇼를 하라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확실하게 내 생각, 내 분노를 보여주마”의 결론은 총탄과 화형이었다. 물론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까지 발족한 남쪽 주민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른바 ‘사과의 서신’의 수신자는 남쪽 주민이었다. 엿 먹이고 얼르기, 치고 빠지기, 강경과 온건의 동시 구사로 반격의 날카로움과 타이밍을 뺏어버린다. 남쪽에 그게 통한다.
  능구렁이 트럼프에게도 확실하게 복수했다. 서치라이트로 집중 조명을 받는 가운데 그로테스크하게 굴러가는 ICBM 화성 16호, SLBM 북극성 4호-A는 “야, 내가 코맹이 어린애로 보이냐, 감히 날 갖고 놀아? 곧 선거 있지? 한번 당해 봐라”는 시위였다. 하노이에서 당한 굴욕은 볼턴의 책을 본 후 뼈에 사무쳤다. 얼마나 폼나게 판을 깨느냐를 고민하면서 온 트럼프를 모르고, 얼마나 폼나게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하노이에 도착했던 자신을 생각할수록 얼굴이 붉어지고 분노가 솟아오른다. 그래도 혹시 4년 전과 같은 뒤집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 ‘연설’에서 만큼은 트럼프에게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다. ‘해석의 달인’ 트럼프가 원하는대로 포장하여 사용하도록.
  바이든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가진 모든 핵 무력을 시위한 이유는 만약 바이든이 선거에 이긴다면 자신의 공으로 치부하고자 하는 동시에 그와의  셈판을 깐 것이다. “이게 내가 가진 핵 무력의 일부야, 앞으로 협상하려면 단단히 준비하고 나와, 핵 폐기? 같잖은 소리, 핵 군축도 해줄까 말까야! 날 우습게 보지 마!”.
  김정은의 주먹질에는 4년, 5년짜리 ‘고용사장’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오너’로서의 자신감이 베여있다. “선거라는 허들을 2년이 멀다 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너희들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매달려야 할 너희들이 감히 나의 뒷통수를 쳐, 잠시 너희들과 함께 춤을 추긴 했지만 너희들은 이제 퇴장이야, 무대에 남아 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쇼를 기획하고 펼칠 사람은 나 혼자야, 내가 승자야 알겠어?”
  김정은이 숨겼다 쏟아놓은 병정놀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답을 할 차례다. 이제 시작일뿐인 김정은의 핵 무력과도 함께 갈 수 있다고 그들이 판단한다면 김정은의 승리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ICBM과 SLBM으로 날리고, 거기에 더해 각종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북한과 함께 공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제대로 된 남쪽 정부라면 사드 강화는 피할 수 없고, 한·미는 물론이고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도 명약관화하고, 한국과 일본 국내에서도 핵 무장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과연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이익인지 답해야 한다. 특히 김정은의 ‘대형’(大兄)을 자부한 시진핑 주석이 “당신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한반도 안정이 지금의 김정은과 과연 가능한가요?”에 답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과 계속 춤추고 싶다고 한다면, 남은 최후의 수단은 북한 주민이다.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핵 무력이 그들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임을, 체제 안전용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용임을 깨우쳐 주는 일이다. 그 방법은 대북 국제제재 속에서도 모든 방법을 통한 대 북한 주민 접근이다. 이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은 한·미, 한·미·일 간의 공감대 형성이다.
  1989년 10월 7일, 건국 40주년을 맞아 동독공산당 서기장 호네커는 화려한 군사 퍼레이들 펼쳤다. 고르바초프, 연형묵을 비롯하여 전 세계 사회주의국가 수반들 앞에 가공할 군장비를 행진시키고, 군인과 시민들의 열렬한 함성이 울려 퍼지게 하였다.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결의는 밤까지 이어져, 수만 명을 동원한 횃불의 바다 앞에서 호네커는 동독이 수백 년을 지속할 것이라고 외쳤다.
  정확히 1달 2일 후 동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호네커를 부르짖었던 바로 그 군인과 시민들이 총을 내려놓고 서쪽으로 평화의 행진을 시작했다. 그곳에도 엄격한 통제와 사상 교육이 있었고, 무시무시한 비밀경찰 ‘슈타지’가 있었다.
  4년, 5년짜리 고용사장은 퇴장해도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오너라 착각했던 독재자의 말로가 어땠는지 역사는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 길밖에 없다는 현실이, 그 길로 가야만 하는 운명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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