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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이재명표 대북정책’, ‘이재명식 자유’, 여러분의 생각은?" (데일리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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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4회 작성일 25-07-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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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이재명표 대북정책’, ‘이재명식 자유’, 여러분의 생각은?" (데일리안, 2025.07.25)

https://www.dailian.co.kr/news/view/1527297/

<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조용히 발 빠르게, 파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모두 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서다. 취임 직후 6월 10일 첫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단절된 남북 관계 복원 노력”을 주문했다.

국방부가 즉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압박한 데 이어, 이종석이 원장으로 취임한 국가정보원은 지난 50여 년간 해온 대북 라디오·TV 방송 송출도 최근 전면 중단했다.

북한 개별 관광 허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개장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등 김정은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관광입국(觀光立國)’에 부응해 대화 물꼬를 터보려는 것이다.

또 그동안 ‘특수 자료’로 분류해 비공개했던 북한 영화, 만화 등 자료에 대한 제한도 풀기로 추진 중이다.

북한 주민 삶·인권 개선, 북핵 폐기 그리고 통일을 지향하는 전략으로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를 주장하는, 사회 모든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앞선 우리가 북한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필자는 이들 조치를 환영한다.

전쟁은 없어야 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 주민과의 접촉과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 이질성을 알고 동질성을 높이면서 북한 주민의 눈·귀를 열어주기 위해서 남북 주민이 직접적이건 혹은 간접적이라도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는 소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안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신뢰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조치가 평화에, 북한 주민 삶·인권 개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북핵 폐기와 통일 그것도 자유민주적 통일에 어떻게 연계되는지, 이들 모두를 지향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정의 조타수가 된 이재명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공개적은 차치하더라도 비공개적으로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두 번에 걸친 대선 과정에서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말한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조치는 좋은 말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해 대화를 이끌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김정은과 ‘공존’을 지향하는 정상회담을 가지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방북과 김정은 면담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보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명이 돈을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나씩 실행하는 것이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으로 혁혁하게 도움을 준 김정은에 대한 1차적 보은(報恩)이라 할 수 있다. 대선 기간에 김정은이 “이재명이 날 만나려고 돈 보냈다”라고 직·간접으로 연기를 피웠더라면, 이재명 당선은 있을 수 없었다.

지난 7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정치학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정치학회(IPSA) 총회에서 이 대통령은 전세계 정치학자들 앞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각 국가는 물론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을 미치는 이들에게 이재명은 뜻깊은 메시지를 보내고 공감을 이끌 기회였다.

이재명이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K-민주주의’라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장문의 육성에서, 분단국 대통령이 ‘통일’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전쟁의 폐허”를 말하고 “갈등과 분열을 심화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국민을 갈가리 갈라놓는 정치적 극단주의, 각자도생의 사회 질서가 유발한 고립과 소외에 맞서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새롭게 놓을 시간입니다”라고 외쳤지만, 이들이 분단과 직·간접 맞물려 있다는 현실에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눈 감았다.

민초, 시민,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K-민주주의’에 목청을 높이면서도,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북한’, ‘김정은’, ‘북한 주민’, ‘인권’에는 입을 닫았다.

이재명에게 대한민국은 ‘남한’일 뿐이다.

이재명표 남북 관계 복원 조치들에 ‘무엇을 위해서’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은 몇 가지 점에서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첫째, 민주당 강령에 ‘자유민주주의’가 없고, 헌법에 못 박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필자의 비판을 들어서인지, “국민이 피땀으로 지켜왔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여지없이 짓밟혔습니다”라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입에 한 번 담았다.

앞으로 다시 언급할 것인지,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과 어떤 관계인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둘째, 헌법 영문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자유(freedom)’와 ‘민주주의(democracy)’로 주장하는 필자에 공감했는지, 이재명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한 꺼지지 않는 열망과 용기”라며 자유와 민주주의로 한 번 표현했다.

‘자유민주적’에 대한 이재명의 이런 이해가 지속될지 어떻게 될지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다만 아래와 같이 필자의 입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셋째, 가장 심각한 대목으로, 민주당 강령에 ‘자유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자유’조차 없다, ‘자유’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필자와 국민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재명은 이번 연설에서 ‘자유’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자유’는 우리의 ‘자유’와 달랐다.

우선 “우리의 미래를 구할 ‘K-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은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유, 평등, 연대를 철저히 복원하는 것입니다”라 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동률의 가치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민주주의의 한 구성 가치로 전락시켰다.

더구나 이재명은 자유를 새롭게 정의했다. “제가 말씀드리는 ‘자유’란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지 간섭받지 않을 자유, 제약받지 않을 자유를 뜻하지는 않습니다”라 전제하고, 과연 이것을 자유라고 불러야 할지, 자유의 개념이 이렇게 광범위한 것인지, 명백히 논쟁이 벌어져야 할 주장을 내세웠다.

짧은 지면에 토론할 대상이 아니고, 이재명의 자유가 실제 무엇이고 이른바 ‘실용주의’에 입각해 어떻게 변화무상((變化無常)할지 지켜본 후 철학적, 이념적, 정치·경제·사회적 시각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문재인의 “평화가 경제”를 떠올리게 하는 이재명의 “자유가 경제”란 대목에선, 목하 펼쳐지는 이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고개를 심하게 갸우뚱하면서, 이재명의 자유 관련 전문(全文)을 올리며 독자의 판단을 우선 구한다.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의 파고가 성장을 가로막는 위기의 시대, 이때의 ‘자유’란 곧 ‘경제’입니다. 자유란 굶주림을 채워줄 따뜻한 식사이고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이고, 빚의 늪에 허덕이던 나를 구해줄 사회안전망입니다.
가족이 함께 식사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가정에서, 휴게공간도 없이 땡볕을 견뎌내야 하는 일터에서, 어디에 사는 지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한 번 탈락하고 실패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그런 나라에서, 어떤 자유가 있겠습니까.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넘어선 평등할 자유,
공동체의 향방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고 참여할 자유,
미래를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을 자유,
자신의 노력으로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는 자유,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원동력입니다.”

이게 우리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자유가 과연 맞습니까.

아니면 자유를 무시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의 이름을 팔아, 민주주의에 평등과 연대를 짜깁기한 ‘이재명식 자유’를 만든 겁니까.

필자에겐 “사회주의적 식재료에 선동적 양념을 버무려 자유라 적힌 접시에 담아 국민에게 들이밀며 흔드는 호객”으로 보입니다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자유’를 말하니까 정말로 좋아서 그러는 줄 알더라”라는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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