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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돌직구] "체제 전복 시도 北 이미 변화 시작" (스타이데일리,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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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6회 작성일 24-02-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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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돌직구] "체제 전복 시도 北 이미 변화 시작" (스타이데일리, 2024.02.15)

https://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220402

최근 필자는 북한 보안당국에서 제작한 문헌학습 영상을 보고 눈·귀가 번쩍 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영상물의 내용은 북한의 한 지방 중학교 교사가 남쪽의 영상물을 시청하고 체제에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은 물론이고  자유민주적 정부 수립을 위한 체제 전복까지 계획하다 처형되었다는 것이었다. 실로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북한 주민 변화에 의한 북한 변화(인권 개선, 개혁‧개방, 핵 폐기, 통일)’이 절실한 시기에 이번 영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첫째, 영상물 내용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본다. 북한 사회 전반을 장악·통제해야 하는 보안당국에서 만든 영상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를 온몸으로 지지·헌신해야 할 북한 인민이 적대하는 대한민국을 좋게 생각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대한민국의 기본 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만들고 새 국가 수립까지 의도한다는 것은 상상에서조차 존재하지 말아야 할 반역이자 역모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보안당국이 이런 내용의 영상을 만들어 보안 요원이나 주민에게 교육·선전용으로 보여 줄 이유가 없다. 누워서 침 뱉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불순 영상물 시청에 대한 신고가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김정은 축출을 골격으로 하는 이런 내용을 사실이 아닌데도 교보재로 만들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둘째, 북한 사회 구석까지 번진 반체제의 싹을 본다. 영상이 북한의 한 군(郡)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니 우선 장소를 북·중 접경지역 쯤으로 유추해 볼 수 있으나 북한 이탈 주민에 따르면 이미 북한 전역에서 남쪽 영상물의 시청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남쪽 영상물을 통해 남쪽의 실상과 남쪽 주민의 삶을 직접 보면서 북한의 현실과 비교하고 가지게 되는 불만이 어느 한 지역·지방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2022년 남쪽의 영상물 등을 보거나 듣거나 보관하거나, 유입·유포하면 중형으로 처벌하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이 제정된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번 영상이 이를 증명한다.
 
셋째, 체제 불만 세력의 실제 행동과 나아가 조직화 가능성을 본다. 한 개인이 북한 체제에 대해 불만·반감을 가지게 된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개인과 같은 생각을 지닌 ‘10여 명’이 무리를 지어 사건을 모의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불만을 내부적으로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적으로 행동으로 표출하고자 한 것이다. 그것도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행동이었다. ‘소요’ 활동은 물론이고 체제 전복을 노리는 ‘혁명’까지 계획했다고 영상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넷째, 북한 주민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통일의 가능성을 본다. 우리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북한 주민이 눈·귀를 열어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김정은의 독재 체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그들이 열망하는 인간다운 삶이 있음을 깨달아 그들 스스로 대한민국과 함께하려 움직이는 것이다.
 
영상 속의 사람이 교사로 근무했다면 나이로 볼 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이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를 거치는 동안 북한 체제의 정당성·정통성·우월성이 뼛속까지 세뇌되었을 것이다. 사상적으로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교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포함한 무리는 대한민국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한 뒤 북한 체제의 실상을 깨닫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꿈꾼 것이다.
 
이 땅에 온 북한 이탈 주민 거의 대부분이 북한에서 체제 불만 표출이나 반체제 활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통제·억압되고 반항의 대가가 무섭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 의한 북한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들에게 “여러분이 남쪽 땅에 온 이 사실이 바로 변화입니다” “북한 주민도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알게 된다면 옳고 좋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누리기 위해 아무리 힘들더라도 변화를 요구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 발전입니다”라고 말해 준다.
 
이번 필자가 본 영상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우리조차 감히 꿈꿔 보지 못한 '체제 전복'의 시도, 즉 혁명의 시도가 삼엄한 감시 속에 통제된 북한 사회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북한의 닫힌 사회를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된 인터넷 등 전파 기술의 힘 덕분인 동시에 닫히고 통제된 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이 겪어 내고 있는 한파가 임계점에 달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봄의 징조가 보이는 것은 겨울이 이미 끝나 가고 있음을 일깨우는 방증에 다름 아닐 것이다.
 
김정은 체제를 목숨으로 사수해야 할 북한 보안당국이 만든 영상이 역설적으로 북한 주민의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의 길이 이미 열렸음을 알려 준다. 그 길을 넓히고 움직임을 빨리하는 데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는 남쪽 대한민국, 한 민족인 우리다. 윤석열정부가 대응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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