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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토크] "전쟁을 막거나 빨리 끝낼 도전적 제안" (뉴스퀘스트,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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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5-06-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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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토크] "전쟁을 막거나 빨리 끝낼 도전적 제안" (뉴스퀘스트, 2025.06.23)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7023


반박·비판이 일 것으로 느끼면서도, 옳은 방안이 아닐까 품고 있는 상념이 있다.

전쟁을 벌인 국가나 단체·조직의 수장(首長)을 제일 먼저 제거하는 것이 사상자와 파괴를 줄이고,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전쟁을 아예 막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의 핵심 군 지휘부를 제거하면서도 지도자는 남겨놓은, 미국이 이란 지도자의 동선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핵 시설만 때리는, 러시아가 휴전은커녕 완벽한 승리를 위해 전쟁을 그치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다.

물론 작금에 벌어지는 전쟁 양상에 국한해서 위의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세기에서 금세기까지 일어난 대부분의 전쟁을 곱ㅅ십어본 결과다.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수장, 예를 들어 히틀러를 진작 제거했더라면, 그 많은 사람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 그토록 비극과 참화를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제국주의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쟁 개시 지도자를 제거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빈번히 일어났고, 첩첩의 보안과 장막으로 그런 시도를 방비하기 때문이다. 이쪽이 하면 저쪽도 하는 상호적일 수 있기에, 적국이라 해도 수장의 제거를 꺼린 경향이 있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도자를 제거한다고 해서 전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반박도 타당성을 가진다. 어찌 되었든 한 국가·단체·조직의 지도자는 그 구성원들의 대표성을 가진다. 민주적 절차에 의한 선거에 의해, 주요 인사들 간 합의로, 아니면 세습이라 할지라도 권력을 장악한 지도자가 내린 전쟁 개시의 결정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그 지도자가 제거된다고 해도 전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성원들의 반발을 초래해 전쟁 결의를 더 다지게 하고, 새로 등장한 지도자가 더 강력한 전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이란은 지도자 사망을 대비해 후계자를 3명이나 지명해 놓았다고 한다.

더구나 전쟁의 동기가 국가나 구성원들의 생존에 직결되거나, 종교적인 원인에 있다면, 그럴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것은 전쟁 개시를 결정하는 지도자가 조국, 민족, 정의, 이념, 신앙 등 어떤 명분으로 포장하든, 과연 그것이 진정한 전쟁 결단의 동기일까 하는 의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은 밥 우드워드 기자는 1990/91년 걸프 전쟁을 겪으며, 미국 대통령이 전쟁 시작을 결단할 때 무슨 생각을 할까를 냉소적으로 쓴 적이 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미국의 정보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전쟁을 해야 하느냐의 여부를 두고, 전 세계에 깔린 미국의 모든 정보망을 가동해 상대국의 상황, 관련 국가들의 동향을 과거·현재와 전망까지 수집·분석·예측해 보고서를 올린다. 군부, 행정부, 참모진의 수많은 중간 검토가 이루어지고, 대통령 앞에 놓이는 최종보고서는 불과 한두 장의 종이다.

바쁘기 이를 데 없는, 수많은 일정이 분·시간 단위로 빽빽이 짜여있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이것을 읽고 전쟁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순간 대통령의 머릿속에 이 전쟁이 미국의 국익에 얼마나 사활적이고 필수적인가, 이 전쟁을 통해 얼마나 많은 병사가 희생되고 그 가족들이 씻기지 않을 고통과 비극을 겪어야 할 것인가란 생각이 중요 부분을 차지할까. 전쟁 개시로 인해 적국의 병사들은 차치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수의 관련 없는, 책임 없는 민간인들이 살상당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안중에 둘까.

우드워드는 이렇게 갈파했다. 최종 결정에 이른 대통령의 머리에 가장 크게 맴도는 생각은 이로 인해 자신의 권력이 어떻게 될 것인가, 전쟁이 자신을 권좌에 오르게 한 그리고 자신이 권력을 지속하는데 가장 중요한 인사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느냐일 수 있다.

대통령은 전쟁 개시 결정에 서명한 후, 자신은 조국과 민족과 정의와 대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 스스로 위안하며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말쑥한 턱시도로 갈아입고, 자신이 주빈인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시간을 재촉할 것이다.

푸틴이라고 다를 것인가. 지나간 전쟁들을 기획하고 시작한 국가·단체·조직 의 수장들이라고 달랐을 것인가. 조국·민족·정의·이념·신앙 등으로 포장했지만, 가장 중요한 동기가 목적이 자신, 자신을 정점으로 한 세력들의 권력 장악·유지·확산이 아니었던가.

지난 모든 전쟁의 원인·동기·목적을 위와 같이 단순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상당수의 전쟁이 표면상의 명분이 아니라, 지도자·권력자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그 이면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만약 전쟁을 시작한 지도자가 가장 먼저 제거의 대상이 되고, 전쟁을 지속 혹은 확전하는 그다음 지도자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어느 지역 어떤 전쟁에서도 반복되어 사실상 국제적 관습으로 자리 잡게 되면,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도자·권력자를 지키기는 능력이 훨씬 커졌다. 동시에 지도자·권력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실시간 추적·확인할 수 있는 과학기술도 그만큼 발전했다. 거의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현실이다.

이런 세상에서 전쟁 시작을 고려하는 어떤 지도자도 “내가 전쟁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내가 제거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과연 전쟁 개시를 쉽게 내릴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시리아·이란에서 죽임을 당하고 죽어야만 하는 병사들·민간인들이 과연 전쟁을 원했을까.

전쟁 시작 결정에 찬성했을까.

전쟁의 지속을 원할까.

전쟁의 참상을 뼈아프게 겪어야만 했던 우리다. 그것도 같은 민족끼리.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 전쟁을 일으킨 지도자가 가장 먼저 목표물이 되어 제거·살상의 주인공이 된다고 한다면,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원치 않은 희생을 강요당해야만 하는 우리 민족, 나와 너의 아픔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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